2007. 12.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이라는 말은 어쩌면 모순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자연에 인공의 힘을 가하여 뭔가 생산해낸다는 것-물론 그것이 디자인 행위를 총칭할 수는 없겠지만- 그 자체가 이미 환경 훼손을 의미한다면, 디자인이란 언제나 부정적이고 무력한 가치로 정의되는 극단론에 이르게 된다. 한 예로 우리가 매일 접하는 종이에 대해 생각해보자. 아침 출근길에 집어 든 신문을 장식하고 있는 각종 활자들과 색상들은 펄프에 입혀진 화학물질의 집합체이다. 사무실에서 주고 받는 대부분의 서류들은 오늘 태어나 저녁에 죽음을 맞이하는 하루살이 펄프들이다. 물론 이 가운데 어떤 영특한 디자인은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여 무의미한 서류들의 생명을 구제해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디자인,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지는 못한다.
여기 환경을 배려한 친환경 종이가 있다. 한때 재생용지라는 착한 이름의 종이가 실질적으로는 재생하기 위해 더 많은 약품처리와 에너지가 투입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뢰감이 급감했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이 친환경종이, 환경을 보존하려는 의도로 많이 진화한 듯 보인다. 단순히 환경이라는 녹색 옷만 입은 게 아닌 듯싶다. 아래 환경을 생각하는 종이들을 한번 살펴보자.


비목재지-목재펄프를 원료로 사용하지 않는 종이
말 그대로 목재펄프를 원료로 하지 않는 종이이다. 대표적인 비목재지 원료로는 게나프, 바가스, 대나무, 바다해초, 볏짚, 마, 코튼 등이 있다.


시리얼페이퍼-폐기물을 종이원료로 사용하는 비목재지의 일종
차 찌꺼기나 콩 껍질, 의복의 섬유자투리 등의 폐기물을 사용하여 만드는 종이. 환경을 생각함과 동시에 폐기물이 갖고 있는 특유의 색상이나 질감으로 인해 좀더 독특한 성격의 종이들이 개발되기도 했다.


에코펄프-다이옥신과 염소를 사용하지 않는 펄프
종이를 생산할 때 표백공정에 사용되는 염소대신 다른 표백법을 사용하는 종이이다. 대표적인 것이 ECF 표백법인데, 염소대신 산소를 펄프 표백에 사용, 염소화합물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다이옥신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 생산 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 외 각 나라별로 환경배려를 표시하는 환경표시마크들이 있다. 한국의 환경마크, 일본의 재생지 사용마크, FSC협회에서 인정하는 FSC로고마크, 미국의 콩기름로고마크 등이 그 대표적이다.
우리들의 생산과 소비활동을 환경과 단순히 대치시켜서는 점점 대두되어 가는 환경문제들을 해결해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지속 가능한 세계, 오늘날의 우리들처럼 왕성한 생명력을 갖고 생산하며 소비하며 삶을 영위할 후손들에게 가능성이 있는 환경을 넘겨주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이러한 노력들이 축적되고 발전되어 간다면 언젠가 나타나지 않을까? 고로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이것은 언제까지나 유효한 디자이너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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