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from text/daily 2009/01/10 01:31
김연수의 문장배달을 신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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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십년 전쯤에 박완서 선생님에게 들은 말씀은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전 기자였고, 소설 쓰는 게 이렇게 힘든데 계속 써야만 하나?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래서 선생님께 “선생님은 이제 소설 쓰는 게 하나도 힘드시지 않겠네요?”라고 여쭤봤더니 선생님께서는 ‘소설 안 써봤으면 말을 하지 마’, 이런 표정으로 제게 말씀하셨지요. “다른 기술 같은 거면 삼십년 했으면 눈 감고도 잘 할 텐데, 소설은 새로 쓸 때마다 처음 쓰는 것처럼 힘들어요.” 선생님, 그 때 그 말씀에 정말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소설을 새로 쓸 때마다 죽을 것 같은데, 원래 그렇다는 거 그 때 처음 알았거든요.
2008. 10. 9.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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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무언가 추억할 연배는 아니지만, 나도 한 선배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 기억이 난다.
눈앞의 하얀 여백을 어떻게 채워야할지 엄두가 안나던 기억.
한번 옮기기 시작한 오브젝트들이 밤새 돌아다니다가 아침쯤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던 기억.
마지막 출력을 보내는 날엔 걱정으로 한잠도 오지 않던 기억.

"언제쯤이면 즐기면서 디자인을 할 수 있어요?"

돌아오는 대답이야 별걸 다 물어본다는 식의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생각해보면 난 그때 이미 충분히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그 몇 년전이 그리운 걸 보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던게다.

영원히 안올 것 같던 서른이 왔고
아직도 어색한 아내, 아니 엄마라는 이름이 생겼고
앞으로는 내 인생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약간은 억울하고 서글픈 생각 또한.

변화는 늘 사람을 설레게 하지만 딱 그만큼의 아쉬움을 놓치지 않고 가져다 준다.

2009년을 맞으며.
내게 그 다음의 변화가 찾아올 때
이 순간을 추억할 수 있도록
지금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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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naf 2009/03/07 16: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은혜씨 언제쯤 얼굴 볼수 있을래나
    나 자영... ^^
    학교는 복귀 언제 해요?

  2. kitten 2009/03/19 23: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직도 친정에 빌붙어있는 중^^
    학교는 거의 잊고 지내요...
    후~ 아기돌보기 만만치 않네요...자영씨 진짜 존경스러움...T.T